학생의 동기, 인성, 소양, 가능성, 사고력(창의력, 논리력, 추리력 등)을 보다 중요시 여기는 우리나라 대입수시모집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는 결코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수시모집전형에서 자소서는 학생부의 내용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입전형에서도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의 자소서 격인 에세이(Essay)와 학생부 격인 액티비티(Activity) 및 추천서(Recommendation)는 유사한 역할을 한다. 다만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과는 달리 미국 대입전형에서는 액티비티 및 추천서가 반대로 에세이의 내용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교내활동뿐만 아니라 교외활동까지 반영되며, 수시 또는 조기(미국의 경우 "조기(Early)"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수시(Rolling)"라는 명칭은 주립대학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대부분 "정해진 기간 중에 원서가 접수되는 순서대로 '그때그때' 합경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의미)와 정시 또는 정규(미국의 경우 "정시" 보다는 "정규(Regular)"라는 용어를 사용) 모두 같은 방법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모든 반영 요소들이 수시 또는 "조기", 정시 또는 "정규" 요강구분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대입전형의 각종 에세이들은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의 자소서와 구술면접시험을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의 구술면접시험 때 묻는 소위 “압박질문(예를 들어 SKY 입시의 전제인 전국단위자사고 면접시험 개별질문(2016년도 기준) 중에 하나는 수의학에 관심이 있다고 자소서에 적은 학생에게 소의 소화기관이 몇 개이며 각 기능에 대해 묻는 식의 개별질문),” 즉 자소서에 언급한 내용을 기반으로 지원자의 관심사 또는 희망전공에 대한 개별질문이 없으므로, 아무리 일시적인 영감에 의해 얻은 아이디어라 해도 그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또한 적어도 현재까지 명백한 학술적인 해답이 없는 주제에 한에서만큼은 어떤 답이 옳고 그르다 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이라 해도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명하지만 말이다.

미국 명문대학의 전반적인 전형과정을 이해하면 원서 에세이(Application Essay)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과 마찬가지로 미국 명문대학 입학전형 또한 두 개의 단계를 걸쳐 합격생을 선발한다. 첫 번째는 서류심사며, 두 번 째는 소위 말하는 면접심사다. 첫 번째 서류심사 단계에서는 학업성취도를 반영하는 GPA(평균내신성적), Class Rank(내신등급), SAT 1(수학능력시험), SAT 2(교과목능력시험) 점수만을 평가해 원서를 분류한다. 필수요건 외의 추가적인 SAT 2 점수 및/또는 필수요건이 아닌 AP 시험 점수와 Honors(수상내역)에 대해서는 대학별로 그 반영방법이 다르다. (2016년 기준으로 예일대학(Yale University)과 조지타운대학(Georgetown University)만이 세 개 과목의 SAT 2 점수를 요구하며, 나머지 명문대학들은 대개 두 개 과목의 SAT 2 점수를 요구한다.) 어떤 대학들은 첫 번째 단계인 서류심사에서 이 요소들에 대해 가산 점을 주기도 하며, 또 어떤 대학들은 두 번째 단계인 면접심사에서 이 요소들을 번영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서류심사 단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에세이와 액티비티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GPA, Class Rank, SAT 1, SAT 2로 구성되는 학업성취도만을 기준으로 합격대상자를 선별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분명히 풀고 넘어가야 하는 오해 중에 하나는 단언컨데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SAT 2와 AP를 전공적합성과 결부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SAT 2 과목시험과 AP 과목 및 시험은 전공적합성을 반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학생의 전반적인 성향과 진로에 대한 방향성만을 제시할 뿐이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SAT 2 과목시험은 고등학교 교과목 평가 시험에 불과하며, AP 과목 및 시험 또한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SAT 2는 물론이며 특히 AP 역시 특정 과목의 점수가 우수하다 하여 그 전공 및/또는 그와 관련된 전공에 적합할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특히 AP 과목 및 시험을 학생의 희망전공과 결부시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서류심사를 거치고 나면 두 번째 단계인 소위 면접심사에서 원서를 보통 세 개의 군으로 나눈다. 첫 번째 군은 네 개의 요소(GPA, Class Rank, SAT 1, SAT 2 점수)를 통합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일명 Most Likely(가능성이 가장 많은) 군이며, 두 번째는 그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받은 Likely(가능성이 있는) 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최저평점 커트라인을 통과한 Unlikely(가능성이 없는) 군이다. 대학마다 커트라인의 평점기준은 다르지만, 명확한 것은 대학별로 선정해 놓은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면 에세이나 액티비티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로 폐기처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실은 세 개 군 모두에서 합격자를 선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Most Likely 군에 들어야만 그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정원이 100명이라면 Most Likely 군에서 60명 정도를 뽑고, Likely 군에서 35명 정도, 그리고 Unlikely 군에서 조차도 5명 정도를 뽑는다. 이유는 취약계층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배려대상자(이하 사배자) 전형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Unlikely 군의 합격자는 소위 의외의 결과가 아닌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VIP(기부자, 정치인, 유명인사 등의 자녀)와 특기생(예체능을 비롯한 다양한 학술 분야의 인재) 군은 예외이다.

또한 재미있는 현상은 지원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조건에 맞춰 지원을 하다 보니 어떤 대학이라도 Most Likely 군이 가장 크게 형성되며, 그 다음으론 Likely 군, 그리고 Unlikely 군이 가장 적게 형성된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사실이 보여주는 바는 Most Likely 군에 들어도 불합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합격률이 10%라면 1,000명이 지원을 했을 경우 대다수 또는 최소한 절반 이상이 자신의 조건에 맞게 지원을 했을 것이므로, Most Likely 군은 대략 600명 정도가 될 것이며, Likely 군은 350명 정도, 그리고 Unlikely 군은 50명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군으로 분류되든 동등한 학업성취도와 유사한 경험, 활동, 동기 등을 가진 경쟁자들 사이에서 합격하려면 차별화가 필수이다. 그리고 그 유일한 수단은 바로 면접심사의 핵심인 원서 에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은 불필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 해서 필수인 것도 없다. 이와 같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이 원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Common App (또는 Common Application) 부문에서 Activities와 Honors(Education 부분의 하위 구분 중 하나)를 위해 제공되는 공간은 각각 최대 열 개와 다섯 개다. 하지만 각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 공간이 공백을 포함해 각각 150자(워드문서로 대략 1.5줄)와 100자(워드문서로 대략 1줄)다 보니 이 공간들에서 각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Common App 부문의 Additional Information 및/또는 My Colleges 부문의 Questions에서 제공되는 Resume 업로드 기능을 활용하면 그 이상의 액티비티와 수상내역 그리고 설명을 기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공간에서는 각 액티비티에서의 직급 및 활동내역, 그리고 수상내역에서는 상장이나 표창장의 종류 및 성격만을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필히 기억해야 하는 점은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은 에세이에서 보여줄 자신만의 스토리와 아이디어에 대한 배경 및 근원, 즉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입증할 수 없는 스토리와 아이디어는 결국 자시만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전 합격자들의 소위 “스펙”이나 스토리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독창성을 이미 소실한 것이며, 그 반대로 이전 합격자들의 “스펙”이나 스토리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합격자를 예상하는 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와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자신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스펙”과 스토리로 사정관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은 각각 중요도 순으로 나열 하거나(“Please list your principal activities in order of importance to you.” 출처: Common Application), 가장 중요한 다섯 개만을 기재해야 한다(“If you received more than five, please add the five most important to you.” 출처: Common Application). 따라서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은 불필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필수인 것도 없다”는 말은 결국 어떤 주요 액티비티들과 어떤 주요 수상내역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강조해서 자신만의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제시하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이고 재기와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는데, 그 배경이 전미 비즈니스마케팅클럽 연합체인 DECA(Distributive Education Clubs of America) 수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든 창업에 관심이 많아 오랫동안 여러 쇼핑몰들의 특징과 강점 그리고 성장과정을 살펴보다 비롯된 것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액티비티 또는 수상내역이든 이를 배경으로 어떤 스토리 또는 아이디어를 어떤 논리와 과정으로 구성하고 강조해서 어떤 자신만의 자질, 가능성, 독창성 등을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물론 각 대학의 정책에 따라 수상내역에 대한 가산 점이 부과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기본적인 신상정보 외에 학업성취도를 반영하는 GPA, Class Rank, SAT 1, SAT 2, Honors 등을 제외하고 나면 원서에는 Common App 부문의 Activities와 Personal Essay(자소서의 일종으로 Writing 부분의 하위 구분 중 하나) 그리고 My Colleges 부문의 Questions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묻는 “Why School?”, “Why Major?”, “Activity(ies)” 등의 에세이들밖에 안 남는다. 하지만 최대 10개까지 입력 가능한 각 액티비티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 공간이 공백을 포함해 150자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Personal Essay와 “Why School?”, “Why Major?”, “Activity(ies)” 등의 에세이들이 원서 내용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마지 10%는 이 에세이들의 배경 및 근원, 즉 증거가 되는 액티비티와 수상내역이다.

나아가 GPA, Class Rank, SAT 1, SAT 2, Honors 등의 평가는 우리나라 수시모집전형의 서류심사와도 같으며, Personal Essay와 “Why School”, “Why Major?”, “Activity(ies)” 등의 에세이들에 대한 평가는 면접심사와도 같다. 따라서 1차 평가인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2차 평가인 면접심사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면접심사에서는 서류심사 때의 그 어떤 요소도 더 이상 고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Personal Essay와 “Why School?”, “Why Major?”, “Activity(ies)” 등의 에세이들에 대한 평가로만 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정말 특별한 사연이 없는 경우 대부분 고등학생의 경험과 활동 그리고 동기 등은 유사하다. 그렇기에 Personal Essay와 “Why School?”, “Why Major?”, “Activity(ies)” 등의 에세이들에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느냐가 차별화(동등한 학업성취도와 경험, 활동, 동기 등을 가진 경쟁자들 사이에서)의 유일한 수단이며,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다 하는 것 또한 과언이 아니다.

이 중에서 Common App 부문 Personal Essay는 자신을 차별화해 소개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에세이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명문대학이 My Colleges 부문 Questions에서 유사한 주제의 에세이를 하나 더 요구하므로 Personal Essay는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는 창의력 중심(Idea-based)의 논리형 에세이, 다른 하나는 경험담 중심(Story-based)의 서술형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논리력 에세이야 말로 동등한 학업성취도와 경험, 활동, 동기 등을 가진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두 개의 에세이 모두 자신의 희망전공 및/또는 관심분야에 상응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동서양의 고문서가 서로 다르게(서양의 고문서는 세로로, 동양의 고문서는 가로로) 열리는 이유는?” 등의 논리형 에세이를 제시한다면 내용이 아무리 창의적이라 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Personal Essay 외에도 동일한 주제지만 최소 두 개의 각기 다른 내용을 필요로 하는 유형은 “Why Major?” 에세이다. 이는 실질적인 희망전공과 전략적인 희망전공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모든 미국 명문대학들이 학부 내에서만큼은 자유전공 정책시스템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예를 들어 미국 고등학교 대부분의 경우 수학이나 과학관련 클럽(동아리)은 많지만 경제관련 클럽은 드물다. 따라서 실질적인 관심분야는 경제학이지만 이에 대한 배경이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내내 수학클럽에서 꾸준히 활동을 했고, 교내 수학경시대회를 비롯해 AMC(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s: 미국 수학 경시대회)와 AIME(American Invitational Mathematics Examination: 미국 수학 올림피아드(USAMO: United States of America Mathematical Olympiad) 자격시험) 등에서도 수상한 경력이 있다면, 희망전공을 경제학보다는 수학으로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에 대한 아무런 배경이 없다 하여 절대 경제학을 희망전공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Arts and Science(문/이과학부), Business(경영학부), Engineering(공학학부), Nursing(간호학부) 네 개의 학부로 구성되어 있는 펜실베이니아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과는 달리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은 Arts and Science를 기반으로 하는 일명 The College(약학·농학·음악 따위를 가르치는 종합 대학(University)의 일부; 독립인 경우에는 특수 전문학교)란 학부만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모든 미국 대학들의 기본 학부는 Arts and Science이며, Arts and Science 학부가 없는 대학은 없다.) 나아가 시카고대학은 경제학과 정치학 그리고 인류학의 명성이 가장 높은데 이 전공들이 아니라면 무난히 합격할 지원자도 경제학이나 정치학 또는 인류학이 희망전공이라 했을 경우 전형자체가 보다 까다로워 진다. 이유는 “적당히”라는 안이한 개념이 아닌 “뛰어난”이라는 확고한 신념 하에 시카고대학의 이들 전공들에 대한 자부심과 또 한 편으로는 다른 전공들에 비해 비교적 벅찬 학업과정을 지원자가 이수할 있는지의 여부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판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생각이 없는 지원자가 아니라면 경제학이나 인류학을 전공하겠다면서 자신을 보다 까다로운 전형과정에 처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 이제 대입 자소서, 즉 미국 대입전형의 가장 보편적인 원서형식인 공통원서(Common Application)의 에세이가 원하는 내용이 뭔지 자세히 살펴보자.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공통원서의 가장 대표적인 Personal Essay 주제가 지난 1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통원서 Personal Essay 주제의 경우 적어도, 즉 빠르게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단 두번 2013, 2017년에 바뀌었다.)

우리나라 대입전형의 자소서 주제도 그렇지만 미국 대입전형의 원서 에세이 주제 또한 자주 바뀌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과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은 예외이다. 이 두 대학들은 My Colleges 부문의 Questions에서 제시되는 에세이 주제가 최소한 지난 15년간은 매해 또는 2년에 한번씩 바뀌어 왔다.) 15년 전의 주제들이나 지금(2017년 기준)의 주제들을 봐도 미국 대입전형 공통원서의 에세이 주제들은 여전히 지적이든 서정적이든 결국에는 경험이나 관심사를 배경으로 해야 하는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눈의 띄게 달라진 점은 비교적 전반적이었던 주제들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것과, 인물에 대한 주제들(3, 4번)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예전에는 다소 인성적인 주제들(1, 2, 5번)이 많았다면 현재에는 매우 실용적인 주제들(2~4, 6번)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실용적인 주제들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고난의 교훈(2번), 관례에 대한 이의(3번), 문제해결능력(4번), 관심사(6번), 즉 21세기가 요구하는 주요 쟁점들에 대한 경험이나 가능성을 가진 인재 상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개성보다는 인성을 더 잘 드러내는 인물, 즉 롤 모델(Role Model)에 대한 주제가 생략된 것이다. 이는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전반적인 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며, 최소한 10여 년 전에는 바람직한 인재 상을 묘사하도록 한 롤 모델에 대한 주제가 이제는 더 이상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인재 상에 보다 유리한 내용은 Idea-based(발상 기반) 에세이일수 있으며, 우리나라 대입전형의 자소서 또한 머지 않아 보다 구체적인 문제위주의 주제들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면접시험의 개별질문 등이 이 부분을 보완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결국에는 경험이나 관심사를 바탕으로 배우고 느끼면서 얻게 된 재능, 열망, 비전(선견지명)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전히 뜻있는 이야기(meaningful story)와 자신의 성정 및 자신 또는 타인에 대한 이해(personal growth and a new understanding of yourself or others)에 대한 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주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굳이 주제의 중요한 용도를 말하자면 인습적인(Conventional) 주제(meaningful story 또는 transition to adulthood)를 선택해 비인습적인(Unconventional), 즉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접근방법을 택하느냐 아님 반대로 비인습적인 주제(lessons from obstacles, time when you questioned or challenged an idea or belief, problem and solution)를 선택해 인습적인 접근방법을 택하느냐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평범한 경험을 배경으로 독창적인 접근방법을 택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교보(학교신문) 편집장이 에세이의 모든 또는 일부 요소들과 내용들을 신문처럼 구성한다든가 만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역시 에세이의 모든 또는 일부 요소들과 내용들을 한 편의 만화처럼 전개해 나간다든가 하는 것이다. (다만 두 번째의 경우 에세이 내용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 에디터 형식의 창에는 불가능하지만, PDF 등의 파일 형태로 올려야 하는 업로드(Upload) 방식의 창에는 가능하며, 이와 같은 창은 주로 My Colleges 부문의 Questions 부분에서 제공된다.) 후자의 경우 독특하고 구체적인 주제를 선택해 인습적인 접근방법, 즉 전형적인 서술형 에세이를 작성하되 자신만의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명문주립대학 중에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버클리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을 비롯한 모든 UC(University of California)계열 대학들이 일괄적으로 역시 최소한 10년 만에 비교적 자율적이고 전반적이었던 원서 에세이의 주제들을 보다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것들로 바꾸었는데, 이는 위와 같은 분석과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서 에세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대체로 네 개의 기반으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Idea-based(발상 기반), 다른 하나는 Story-based(일화 기반), 또 다른 하나는 Reason-based(동기 기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Analogy-based(비유 기반)이다. 적어도 원서 에세이에 한에서만큼은 이 중 Idea-based가 단연 가장 돋보이는 브레인스토밍의 결정체다. 이는 남다른 발상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비롯한 자신만의 창의력, 사고력, 논리력 그리고 이 수완들에 따른 자질과 소양 그리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가장 핵심은 네 개의 분류에서 버킷리스트(Bucket List)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버킷리스트란 해당 주제와 관련해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한 발상, 일화, 동기, 비유라 해도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은 목록을 의미하며, 보통 1, 2주의 지속된 생각을 걸쳐 작성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요점은 어떤 결론이나 해답 또는 교훈이 있음직한 내용들만 적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어렴풋이 생각나는 발상이나 기억이라 해도 생각 속에서 사라져버리기 전에 일단은 무조건 적어둔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한 발상, 일화, 동기, 비유라 해도 해당 주제에 알맞은 가공을 거치고 나면 충분히 남다른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의해야 하는 점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무리 돋보이는 발상의 에세이를 작성했다 해도 비교적 일상적인 내용의 에세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고등학생다운 면모 또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서의 모든 에세이가 줄곧 남다른 내용으로만 전개된다면 오히려 이질감과 동시에 너무 외래적인 사고방식의 괴짜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학우들과의 관계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또한 아무리 일상적이고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내용의 에세이라 해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에세이가 된다. 나아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에세이의 문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에세이의 내용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에세이들은 동일한 배경과 결론을 비롯해 길이조차도 정확히 150단어로 같은 스토리지만 본론의 초점과 전개방법이 전혀 다른 에세이들이다. 이런 예를 드는 것은 동일한 주제의 에세이라도 대학별로 요구하는 길이가 다를 수 있고, 아무리 완벽하게 작성한 에세이라 해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전개해 나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의 에세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체로 동일한 내용을 구분해 두었다.

두 에세이 모두 Humane Society(지역 유기견 보호센터)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Amber와의 관계를 통해 커리어에만 몰두하던 자신에게서 잊고 있었던 동정심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결론을 짖는다. 하지만 첫 번째 에세이는 보호센터에 대한 설명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많은 유기견 중에서도 특히 Amber와 가까워지기로 한 저자의 동기가 부족하다. Amber는 다루기 힘든 유기견 중에 한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매주 함께 산책을 하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What was even worse was that some of the dogs had to be locked up in cages for months on end since they were considered too intractable for most volunteers, and Amber was one of them. But she now enjoys weekly walks with me as we have become the best of friends.) 물론 다루기 힘든 유기견들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안쓰러운 상황은 전달이 되지만 말이다.

반면 두 번째 에세이는 보호센터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해 Amber와 가까워지기로 한 저자의 동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서 동기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생각과 변천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겨울에는 눈밭을, 그리고 봄에는 진흙탕을 서로 도와가며 해쳐나갔다(…pulling and pushing on each other in snow during winter and in mud during spring.)는 짤막한 내용을 더해 보다 극적인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동시에 Amber와 친해지게 된 과정 또한 묘사할 수 있게 되므로 보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함께 보다 감명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에세이에서는 본론의 초점과 전개방법의 조합이 바로 브레인스토밍의 결과이며, “겨울에는 눈밭을, 그리고 봄에는 진흙탕을 서로 도와가며 해쳐나갔다”는 내용이 바로 버킷리스트의 효과인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조합은 Story-based Brainstorming 장에서, 그리고 버킷리스트에 의한 내용은 각 장의 The Brainstorming Process 부분에서 보다 자세히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장이 본인이 의도하는 내용으로 잘 전개되지 않을 경우 잠깐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안 풀리는 수학 문제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다.